한국에서는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지만, 미등록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은 심각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그들은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로, 주민등록번호나 외국인등록번호조차 부여받지 못해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고 싶어도 입학을 거절당하기 일쑤입니다.
특히,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루 평균 12만원의 일당으로 살아가는 부모들은 수십만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어 합니다. 한 부모는 “아이가 아플 때 어떤 증상인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해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2021년, 한국 정부는 미등록 이주 아동을 위한 조건부 구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임시 방편에 불과하며, 2025년 2월까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부모들은 아이를 고국으로 보내는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생후 6개월 된 아이가 태국의 조부모에게 보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교육 기회를 포기하는 대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애타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전역에서 2만명의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출생과 노동력 부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지금, 이러한 아이들이 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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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
한국에서 부모가 미등록 이주 노동자이면 자녀도 미등록 이주 아동이 된다. 분명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다. 주민등록번호도, 외국인등록번호도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니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어떤 혜택이나 지원도 받을 수 없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도 갈 수 없다. 원장 재량으로 받아줄 수도 있지만, 세 아이 모두 집 근처 어린이집에서 입학을 거절당했다.
무엇보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하루 평균 12만원 일당을 받아 살림을 꾸리는 부모의 입장에서 하루 수십만~수백만 원씩 드는 비용을 감당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두 달 전에 맥스가 손목을 다쳤어요. 그런데 정부랑 의사랑 싸우고 있어서 병원을 네 군데나 돌아다니다 겨우 치료 받았어요. 3일 입원했는데 300만원 나왔어요.” 치료비보다 더 막막한 문제도 있다. “아이가 아플 때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지, 어떻게 해줘야 하는지 자세한 설명을 못 들어요.” 번역 앱을 통해 궁금한 점을 물어볼 틈도 없이 진료가 끝나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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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로 2021년 4월 법무부가 ‘국내 출생 불법체류 아동 조건부 구제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에 따르면 미등록 이주 아동이더라도 국내에서 출생해 15년 이상 국내에 머물렀다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업을 위한 체류자격(
D-4
)이 나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더라도 1년간 임시 체류자격(
G-1
)을 얻을 수 있다. ‘국내 출생, 15년 이상 국내 거주’ 조건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나오자 법무부는 개선안을 발표해 2022년 1월 외국에서 출생했더라도 여섯 살 미만일 때 입국해 6년 이상 국내에서 살아온 아동에게도 체류를 허락했다. 하지만 이 구제 대책은 임시 제도로, 3개월 뒤인 2025년 2월28일자로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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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
한국에서 아이를 낳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 중에는 차라리 아이만 고국으로 보내는 걸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맥스, 제니, 나나와 함께 지냈던 마리도 생후 6개월 차에 타이에 있는 엄마의 친정으로 보내졌다. “사실 많이들 그렇게 해요. 한국에서는 도저히 아이를 가르칠 방법이 없으니까요. 부모가 동의서를 써주고 타이에 갈 일이 있는 지인에게 아이를 맡겨서 보내면,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조부모가 공항에 나와 데려가는 거죠. 타이로 가는 지인이 없으면 전문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아이를 맡기기도 하고요.” 한상훈씨가 말했다.
세 엄마는 아직 한국에서 아이를 초등학교까지 보낸 사례를 직접 본 적은 없다. 갓난아기를 고국으로 떠나보낸 마리의 엄마와 주말마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에 잠긴다. 저출생과 지역의 노동력 부족이 국가의 화두가 된 지금, 전국 곳곳에 ‘존재하지 않는’ 아이 2만명이 불안한 낮과 밤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