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때의 운동회는 지금도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그날, 엄마가 운동회에 오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 창피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침 조회 후 운동장에 나가 있었는데, 엄마가 그때 노가다 일을 하신 덕인지 하얀 페인트가 묻은 옷을 입고 나타나셨어요. 주변 친구들은 아빠와 손을 잡고 달리기 하는데, 저는 엄마와 함께 있다니 마음이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 모습이 초라해 보였고, 그때 저는 엄마에게 집에 가라고 했습니다. 엄마는 장난스럽게 “진짜 가?”라고 물으셨지만, 제가 가라고 하니까 친구들이 바자회에서 맛있는 것 사 먹으라고 만원어치를 쥐어주더라고요. 일회용 카메라와 함께 신발끈에 걸어주신 엄마는 얼굴에 선크림을 발라주시면서 아들 화이팅! 하고 집으로 가셨습니다.

우리 학교 정문은 엄청 컸는데, 운동회 구경하느라 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어요. 엄마가 혼자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미안한 마음이 피어올랐습니다. 그러다 엄마의 뒷모습이 사라지니까 슬픔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달려가면서 “엄마!”라고 부르다가 넘어져서 무릎과 팔이 까져버렸습니다.

엄마는 저를 보고 달려와서 안아주셨습니다. 그 순간 아픈 것보다 엄마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서 눈물이 나왔고, 엄마도 함께 울더라고요. 그 후 문방구 앞에서 함께 도시락을 나누어 먹고 다시 운동회로 돌아갔습니다. 2인 3각 달리기에서 엄마와 저는 키가 비슷해 1등을 하게 되었어요. 그날의 기억은 지금도 제 마음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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