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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남은 아버지의 미소

그날은 제게 믿을 수 없는 현실이 찾아온 날이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들었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누가 그렇게 생각했겠습니까?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도, 수술 후 회복을 믿었고,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주치의도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주었고, 조기에 발견된 덕분에 많은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수술 후 3년이라는 긴 투병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동안 아버지와 함께했던 순간들, 운동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꿈꾸던 해외 여행을 이야기하던 날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두 달 전, 아버지는 급격히 체중이 줄어들고, 힘든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마지막 이틀 전까지도 결혼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웃으며 이야기해주셨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마지막 식사로 드신 망고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드시던 그 순간, 아버지의 미소가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그 미소는 사라졌습니다.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채 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입관식 때는 그저 자고 있는 듯한 아버지를 보며 울음을 터뜨렸고, 3일장 내내 슬픔이 가시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땅 속 깊이 묻힐 때, 다시 한번 괴로움이 밀려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도 아버지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실감나지 않아, 가끔은 아버지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집으로 돌아오실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보고 싶습니다, 아빠. 그리움이 커져만 가네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돌아가시는 그날까지 설마 아버지가 숨을 멈출거라는 상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생존률이 낮다는 췌장암 조기에 발견했고 빠르게 수술했다.

췌장암을 2기에 발견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주치의도 천우신조라며 수술만 하면 아무일 없을 거라고 호언장담했었다.

수술 후 투병 생활 3년.

얼마나 힘드셨을까. 얼마나 아프셨을까.

불과 두달전까지만해도 같이 운동하고, 같이 밥 먹고, 더 좋아지면 해외여행도 가자며 막연하지만 여행 계획도 세웠다.

그런데 정말 두달만에 20키로가 넘게 살이 빠지셨다.

그래도 뼈만 앙상한 모습을 하고계셨지만 돌아가시기 이틀전까지만해도 내 결혼식은 볼거라며 웃으며 얘기를 나눴다.

돌아가시기 전날 망고 아이스크림이 드시며 웃으면서 맛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다음날 숨을 멈추셨다.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아버지가 보이셨던 삶에 대한 의지를 믿었다.

입관식때 울다 지쳐 쓰러졌다. 그냥 자고 있는 모습의 아버지인데 돌아가셨다고 한다.

3일장 내내 울었다. 아버지가 땅 속 깊이 묻힐때 또 울었다.

정신차리고 보니 벌써 2주가 지났는데 아직 나는 아버지를 못보냈다.

아버지가 언제고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집에 오실거 같은 생각이 든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게 실감되지 않아서 웃음이 나온다.

아빠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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