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의 중요한 요소로, 원고와 피고의 변호사들이 만나 서로의 증거를 교환하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법정에서 드라마틱한 증거 제출을 불가능하게 하여, 소송의 공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디스커버리의 핵심은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는 것입니다.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입증 책임이 완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상대방의 자료 요청이 넓다면 이 과정이 2~3년 걸릴 수도 있으며, 실제로 소송의 95%는 디스커버리 후 합의로 끝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증거를 모두 공개한 상태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소송 전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게 만듭니다.
게임 업계에서도 디스커버리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넥슨과 NC프로모션의 소송에서는 게임사들이 자료 제출에 소극적이어서 정보 비대칭이 심각했습니다. 이는 한국 법의 약점으로, 기업이 불리한 증거를 강제로 제출하게 하는 법적 장치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SK온의 미국법인 SKBA가 소송에서 불성실한 디스커버리로 인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어주게 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는 증거 제출 실패가 얼마나 큰 손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형사 사건에서는 묵비권이 인정되지만, 민사소송에서는 반대편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으면 단순히 “돈을 더 내겠다”로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스커버리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적 장치와 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 비로소 법적 공정성이 강화될 것입니다.
